교토 타워 @교토역 앞, 교토 (2010. 8. 28)

개인적으로 이번 여름은 참 힘든 시기였어요.
가족 중에 환자가 생기니까 여러가지 결정해야 할 것도 많고 신경써야 할 것도 많더라고요.
그래서 8월 말에 잠깐 머리를 식힐 맘으로 즉흥적으로 일본에 1박 2일로 다녀왔는데요...

결론적으로 인생의 워스트 여행으로 선정됐지요.. ㅠㅠ

지금부터 우울한 기억을 되짚어보며
앞으로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에게 반면교사로 활용되었으면 합니다...



여행을 망치는 방법 1단계 - 현지 날씨 무시하기

8월 말에 1박 2일로 일본 간사이 지방을 다녀온 건 최악의 실수였습니다!
'우리나라도 더운데 일본이라고 뭐 엄청 덥겠어?' 라는 방심이 큰 화를 부른 것이지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일본도 전례없는 폭염이었다고 하더군요..ㅠㅠ
1898년 처음 기온을 측정하기 시작한 이래, 112년 만의 "슈퍼 폭염"..... ㄷㄷㄷ

사람 잡을 준비가 된 하늘 @아라시야마, 교토

섭씨 37도를 넘는 무더위에... 예전에 갔던 기억이 좋았다고 무턱대고 교토를 목적지로 삼았습니다.
그런데 교토가 어떤 곳이냐...-.-;;
'천년 고도(古都) 교토'라고 부르듯, 굳이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경주 같은 곳입니다.
무조건 야외에서 발품을 팔아야 하는 여행 스팟이란 거죠... 이 땡볕에...ㅠㅠ


교토역에 도착했을 땐 눈치를 챘어야 합니다...
왜 사람들이 양산을 쓰고 있거나 멋있지도 않은 벙거지 모자를 쓰고 돌아다니는지...-.-;;

이 와중에 아무 생각없이 교토에서도 아라시야마(嵐山)라는 교외를 목적지로 선택합니다.
아예 햇빛에 나를 제물로 내놓겠다는 거죠...ㅠㅠ


JR교토역에서 대략 15분 거리. 아라시야마역에 도착했을 때라도 정신을 차렸어야 합니다.
이 창밖 풍경을 봤으면 날씨의 심각성을 깨닫고 어서 오사카 지하상가로 목적지를 수정했어야 합니다.
이 때가 마지막 기회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햇빛의 미친 존재감...ㅠㅠ
기다렸다는 듯이 뜨거운 햇빛이 날카롭게 살갗을 쏘아댑니다.
햇빛에 얻어맞는다는 느낌은 난생 처음이었어요.


그나마 이 오이꼬치(?)를 못 만났으면 탈수로 쓰러질 뻔 했어요.
소금물에 절여서 파는 생 오이를 100엔에 팔고 있었어요.
짭쪼름한 오이를 철근같이 씹으며 야라시야마에서 놓치면 안된다는 텐류지(天龍寺)에 간신히 도착-


연잎조차 잔인해 보입니다..-.-
살인적인 햇빛을 야생적으로 집어삼키는 듯한.. 괴물의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법당의 운룡도도 놓지지 말라고 가이드북에 나와있는데... 뭐, 봤습니다. 봤는데...
안봐도 될 것 같습니다. 특히 이 날씨에는 더더욱 ㅠㅠ

목조건물인데도 워낙 더워서인지 안에 있어도 땀이 줄줄줄... 심지어 사진은 찍을 수 없답니다.
제가 보기엔 경복궁 사정전 안에 걸려 있는 운룡도가 더 낫습니다. -.-;;

더이상 쌩땡볕을 걸어선 안되겠다 싶어서 계획을 수정합니다. 다행히 근처에 대나무 숲이 있네요.


와우.. 멋진 모델이 사진을 찍고 있는 걸 다른 각도에서 저도 한장 ㅋㅋ
무슨 홍보 포스터를 보는 것 같군요. 찍어놓고도 흐뭇 - ㅎㅎ
대나무숲의 이름은 치쿠린(竹林)입니다.


그래도 그늘이 생기니 좀 낫습니다. 하지만 좀처럼 체력은 돌아오지 않고...
이 때가 오후 3시.
왠만하면 교토 구경하려고 했지만 도저히 이 날씨를 감당할 수가 없네요.
계획 변경! 아내와 저는 교토을 등지고 오사카 시내로 돌아가기로 합니다.

굳이 연못에까지 들어와서 위용을 뽐내는 맑은 하늘과 구름 @ 아라시야마, 교토



여행을 망치는 방법 2단계 - 환율 무시하기

치솟는 기온따라 엔화 환율도 한창 오르고 있던 때였습니다.
하지만 1박 2일 여행 가는데 뭐 얼마나 쓰겠냐고 생각한 저희 부부는 한 15만원? 정도 환전했던 듯....
(숙박료는 카드를 사용하기로 생각하고)
저희 손에 돌아온 엔화는 고작 1만엔 쪼금 넘게..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뭐... 교토에만 있으면 간사이공항에서 왕복 교통비만 좀 들겠거니 했죠...

그렇지만 일정이 바뀌었으니 돈도 술술 쓰게 됩니다.
간사이국제공항-JR교토역, JR교토역-오사카 교통비가 또 만만치 않네요. ㅠㅠ

이미 어두워진 오사카의 밤거리에서 그나마 저렴해 보이는 이자카야에 들어가 허기를 달랩니다..


기본안주인 에다마메에다가 카라아게, 나마비루 한 잔씩...
이걸로는 영 출출해서 좀 있다가 야키소바도 하나 시켜먹긴 했습니다.


저희 앞에 앉은 아저씨의 뒷모습을 보니,,,
힘들고 우울했던 저희의 모습이 생각나 괜시리 슬퍼집니다. ㅋㅋㅋ

먹을 것으로 마음을 달래고 길을 나서고자,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현금을 아끼고자 카드를 내밀었더니,,,
이럴수가! 카드를 받지 않는 겁니다... ㅠㅠ
우리나라만 생각하고 있다가 아직 일본에는 카드를 받지 않는 조그만 식당들이 있었던 것...
이렇게해서 현금은 거의 바닥이 났습니다.

심지어 다음날 간사이 국제공항에 돌아갈 때에도 40분 만에 끊어주는 쾌속열차 rapid-ß는 잊어야 합니다.
왜냐? 흑.. 돈이 없어서.
저렴한 완행열차를 타고 1시간 넘게 걸려 간사이 국제공항에 도착하게 되겠죠...ㅠㅠ

돈이 떨어진 여행자는 필연적으로 우울해지거나 심리적 압박감에 시달리게 됩니다.
예쁜 물건, 맛있는 음식을 봐도 '난 저걸 먹을 돈이 없어.' 라든지,
'이걸 사면 난 이제 이곳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겠지?' 등등의 심리적 현상들...ㅠㅠ

보고싶다... 쾌속열차 rapid-
ß ㅠㅠ


여행을 망치는 방법 3단계 - 철저한 무계획

간사이 지방으로 그 전에 4번 정도 다녀왔기 때문에 방심했습니다.
"뭐... 아는 곳인데... 어떻게 되겠지.."의 마음가짐이었죠.

하지만 날씨가 다르고, 환율이 다르고, 시기가 다르면,
갔던 장소도 다른 곳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JR교토역에서 바라본 교토타워 (2006년 5월 말)


5월에 가는 교토와 8월에 가는 교토가 엄청 다를 수 있더군요.
더위 때문에 도저히 강행군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허둥대다보니 일정이 완전 헝그러졌습니다.

도쿄에서는 어느 정도 일정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을 겁니다.
시부야 가려던 계획을 신주쿠, 아키하바라, 오다이바 등으로 바꾼다고 해서 일정과 비용에 큰 차질이 생기지 않겠죠. 이동거리도 30분 내외, 금액도 전철 요금이면 되니까...

하지만 간사이에서 일정을 함부로 틀면 시간과 비용의 손해가 막심합니다.
교토, 고베, 오사카, 나라는 이동거리가 30분에서 1시간 반 정도까지 걸리고 티켓값도 1만원은 훌쩍 넘어버리니까요.

아주 길게 가는 여행이 아니라면, 무리하지 않게 날씨와 비용을 잘 고려해서 무리가지 않는 계획을 세워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정서적, 금전적으로 후회하지 않는 여행을 다녀올 수 있어요~ @.@

기차 안에서 귀한 시간과 돈을 날리고 있는 모습....


오늘 포스팅의 결론은....

너무 빡빡하고 촘촘한 계획 여행을 즐기는 스타일이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계획은 세우고 떠나자는 말씀입니다! ^_^

인정사정 볼 것 없는 아라시야마의 쨍쨍한 하늘


- 모든 사진은 아이폰3GS로 촬영되었습니다 (2006년 교토사진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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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베이킹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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