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스부르 노트르담 대성당

스트라스부르Strasbourg는 적당히 들어본 도시입니다.
축구팬이라면 서정원 선수가 유럽에 진출했던 팀이름으로 기억하실 수도 있고요.
문학소녀라면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의 배경도시로 기억할 수도 있을겁니다.

저도 딱 그 수준의 배경지식만 가지고 파리에서 스트라스부르로 가봤습니다.
KTX의 사촌인 TGV를 타니 400km 정도 거리를 2시간 정도만에 이동하더군요.


파란색파리, 빨간색 A로 표시된 곳이 스트라스부르입니다.
프랑스 동쪽 끝이고 독일과 국경지역입니다.
마을버스타고 국경을 건너는 이야기는 잠시 스트라스부르를 돌아본 후에...^^

La gare de Strasbourg
La gare de Strasbourg by ChristinaT 저작자 표시

TGV에서 내리면 가장 먼저 만나는 스트라스부르역입니다.
유리로 만든 현대식 돔구장처럼 생겼어요.
그런데 유리 안을 자세히 보면 뭔가 이상하단 느낌이 드실 거예요.

Gare de Strasbourg
Gare de Strasbourg by Cha già José 저작자 표시동일조건 변경허락

밤에 보면 이렇게 보이더라고요. @.@
석조로 만든 옛날 역 건물을 비닐하우스 덮듯이 유리로 근사하게 덮어서 새 역을 만들었습니다.
센/스/작/렬..입니다.

스트라스부르의 대표적인 볼거리는 노트르담대성당프티프랑스라고 해요.


홀로 우뚝 솟은 첨탑... 저 건물이 노트르담 대성당입니다.
부담스럽게 높습니다.... 높이가 142미터라고 합니다.  ㄷㄷㄷ...


제가 가져간 디카와 햅틱2로는 도저히 가까이서 담아낼 수도 없더군요.
넓지 않은 골목에서 아래에서 위까지 담을 방법이...-.-;;
항공촬영을 하지 않는 이상 쉽지 않아보였어요.ㅋㅋ

700년 동안 완성한 성당이라고 하는데...
유럽 성당은 하도 그런 식으로 지었단 얘기를 많이 들어서인지 이젠 놀라지도 않고 그러려니 합니다.
사실 저는 좀 별로였어요.
장식이 과다할 정도로 많아서 해가 저물어 갈 때쯤 붉게 물든 성당을 보니... 약간 괴기스러워서..-.-;;
그리고 동네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 큰 건물이 들어선 느낌이랄까...

차라리 프티 프랑스Petite France는 좀 나았습니다.


대략 이런 분위기.... 중세의 모습이 잘 보존된 곳이라더군요. @.@
천이 유유히 흐르고 동화책에서 본 듯한 건물들이 송송 박혀 있습니다.


골목에는 관광객들의 호주머니를 노리는 기념품 가게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건물들이 예쁘긴 예쁜데... 너무 많이 본 듯 하지 않나요?
분명 저도 프티 프랑스에 처음 온 건데... 자꾸 왔던 것만 같은 기시감이 드는 겁니다.


그리고 마침내 생각해 냈습니다. 이 풍경, 어디서 봤었던 것인지를.

제 결론은 경기도 과천 혹은 서울 잠실이었습니다!


.....서울랜드 아니면 롯데월드!

놀이동산에 가면 지역별 테마가 정해져 있잖아요...@.@
어려서부터 너무 익숙하게 보아온 풍경이었던거죠. ㅜ.ㅜ

무슨 매트릭스 세계에 빠진 것처럼
모조품에 너무 익숙해져서 진품을 봐도 별다른 감흥이 없어진 느낌이었습니다...

스트라스부르에서 마음의 길을 잃다...
ㅠ.ㅠ

이 때가 4월 1일이었는데, 심지어 쫌 추웠어요.
의욕적으로 TGV까지 타고 여기까지 왔는데... 이상하게 "우와~"하는 느낌이 별로 없고...
점점 돌아다닐 의지는 상실...-.-;


급기야 초저녁에 와인 한 병을 사서 숙소로 돌아와 와인 병나발....ㅠ.ㅠ
알자스 지방 와인이 유명하다던데...
원래는 좀 제대로 된 레스토랑에서 근사한 식사를 생각하면서 왔건만....
현실은 동네 마트에서 산 저렴한 와인 병나발이었습니다....


다음날.


스트라스부르에 급흥미를 잃은 우리는 스트라스부르가 국경도시라는 사실을 새삼 떠올렸어요.

"독일이 엄청 가깝다던데...에라, 국경이나 넘어가보자!"


왼쪽이 스트라스부르, 프티프랑스이고요. 오른쪽 파란 네모가 독일의 켈(Kehl)이란 도시입니다.
왼쪽 아래 500m 거리 기준 막대를 보시면 정말 가깝다는걸 아실 수 있을 거예요.
두 도시 사이에 흐르는 강이 그 유명한 라인강이랍니다...

Strasbourg, le tramway
Strasbourg, le tramway by (Jc)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스트라스부르에선 요렇게 세련된 트램이 대표 교통수단이더군요.
직찍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당시 의욕 상실과 쌀쌀한 날씨로 인해 디카를 거의 꺼내지 않게 됐다는 슬픈 이야기...ㅠ.ㅠ

암튼 국경을 넘는다는건 왠지 흥미진진한 것 같고 잘하면 여권에 도장도 하나 더 찍어줄 것만 같고...
뭐 그래서 암튼 트램을 타고 동쪽 종점까지 갔습니다. ㅎ
뭐 스트라스부르 중심부에서 15분~20분 정도 이동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작은 버스를 탔어요. 우리식으로 말하면 마을버스 정도되려나.....
승객들도 거의 대부분 시장가방을 든 아주머니들이더군요. @.@ 헐~

한 10분 쯤 달리니 라인강이 보이고 다리를 건너더군요.

다음날 독일 고속철 ICE타고 지나가면서 찍은 스트라스부르-켈을 연결하는 다리



슬슬 여권을 준비해야하나... 생각하고 있는 사이, 어느새 다음 정거장...?!

여권 검사 따위하지 않습니다. 이미 독일에 도착했더군요.
이렇게 허무하게 국경을 건너게 될 줄이야...@.@

이미 프랑스 아주머니들은 익숙한 자태로 마을버스에서 내려 유유히 갈 길을 가시더군요...
그 갈 길은 대부분 마트였습니다.


30분도 채 안걸리는 거리를 왔을 뿐인데...
갑자기 간판들은 독일어로 씌여있고, 사람들도 독일어로 말합니다.
정말 독일이더군요...@.@
삼면이 바다에다가 북쪽은 철조망으로 막힌 섬나라에 사는 저로서는 쫌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프랑스 아주머니들이 장가방을 들고 마을버스를 타고 독일로 오는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물가가 싸더군요!
단기 여행자가 보기에도 스트라스부르에 비해 훨씬 싼 품목들이 눈에 띄더라고요.
음료수 값만해도 2/3 수준이었어요. @.@

독일마을 켈(Kehl)은 제가 가져간 유럽 여행 책자에도 나오지 않는 작은 도시입니다.
스트라스부르 인구가 약 30만명, 켈은 약 3만 5천명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무척 아기자기한 도시였어요.


여기가 독일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반가운 아그파 필름(AGFA FILM) 간판을 만날 수도 있었습니다.


어디 차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거리에서 만난 귀여운 오렌지색 미니자동차도 참 예뻤습니다.


현란한 스트라스부르의 대성당과는 달리 이곳에는 소박한 교회가 세워져 있고요...

쓰레기통과 벤치와 가로등이 실버3종세트....! @.@

거리와 공공시설도 깔끔하게 정비돼 있더군요.


이 작은 도시에 관광객 인포메이션 센터도 있었어요.
그곳의 소개를 받아 식당에 찾아가서 배도 채웠습니다... ㅎㅎ


그런데 출출했던 터라... 먼저 나온 빵사진만 찍고 정작 밥은 하나도 안찍었네요...-.-;;
독일식 소시지 요리와 난데없이 카레를 시켜먹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ㅎㅎ


이렇게 가벼운 맘으로 두어시간 독일 마을 켈을 둘러봤어요.
그리고 다시 마을버스를 타고 숙소가 있는 스트라스부르로 돌아가려는데.....

마을버스가 국경 앞에서 서버리더니 움직이질 않는겁니다!


눈 앞에 펼쳐진 심상치 않은 분위기.... 독일어로 경찰은 POLIZEI였군요.
녹색 파란색 경찰차들이 국경주변에 어지럽게 널려 있습니다.

그런데 장보러 독일에 왔던 프랑스 아주머니들은 태연합니다... 이상해요...

사람들한테 물어보니 오바마 대통령이 오는데(!) 시위가 있어서 국경을 통제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더 큰 문제는 통제가 언제 풀릴지도 모른답니다.
아놔...
짐이랑 돈은 다 프랑스 호텔에 있는데 갑자기 미국 대통령 땜에 나는 독일에서 발이 묶이다니...ㅠ.ㅠ

바로 옆에 있는 기차역에 가봐도 기차도 못가고...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돼버렸습니다.
국경 넘는거 간단하다고 좋아했다가 완전 망한거죠.

다행히(?) 약 2시간 정도 마을버스에서 대기한 후에 통제가 해제돼 스트라스부르로 돌아오긴 했어요.


......다음날 한국으로 돌아와서 뉴스를 보니 모든 의문은 해소됐습니다.
제가 돌아온 다음날 바로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스트라스부르-켈에서 열린 겁니다.
그래서 미국 오바마 대통령도 스트라스부르-켈에 왔고요. -.-;
그 정상회의를 반대하는 시위 때문에 마을버스가 지나던 길이 불바다가 된 사진도 봤습니다. @.@
최루탄과 화염병이 난무하는 큰 시위였더라고요...
무사히 한국에 돌아온게 다행이다 싶었습니다...ㅋㅋㅋ

마을버스타고 국경을 넘나드는 거... 그리 간단하게 생각할 문제는 아니더군요. ^^
아무튼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스트라스부르 시가지 골목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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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베이킹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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